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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런던

[런던] 환상적이었던 포토벨로 마켓과 Phantom of the operah (3)

 구글맵에 포토벨로 마켓을 검색해보면 각각 런던 기준 왼쪽 하단과 오른쪽에 장소가 나타나는데, 왼쪽 하단으로 가면 안 된다! 포토벨로 마켓은 저렇게까지 멀지 않다. 우리도 헛걸음을 할 뻔했다. 기억이 제대로 안나지만 노팅힐 게이트 역에서 내린 듯? 세척액을 잘못 산 바람에 그날 렌즈가 뿌얘서 제대로 못걷고 친구를 의지해 걸어다녔다... 

 

 

 배두나의 런던 놀이라는 책에서 처음봤던 포토벨로 마켓을 왔다. 오전부터 부지런히 왔는데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중고 필름 카메라부터 에코백, 잡화들이 곳곳마다 진열되어 있는데 정말 눈 돌아가는 줄 알았다.. 특히 예쁜 필카가 많아서 충동구매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러야 했다. 

 

 

 영국도 영국만의 감성이 있는 것 같다. 날씨가 흐려졌다 맑아졌다 변덕스럽긴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항상 밝았고, 그들의 패션도 독특했다. 특히 빈티지 옷가게가 많은 게 너무 좋았다!

 

 

 건물 안에 있는 가게들도 좋았지만, 이렇게 판매대에다 물건들을 두고 파는 것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배가 조금 고플 것 같으면 주변의 먹거리를 둘러보면 된다. 잡화를 파는 곳과 먹자 골목이 분리되어 있는 느낌인데, 그렇게 멀지도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음식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우리는 빠에야 4파운드 짜리를 사서 나눠 먹기로 했다. 하나도 양이 꽤 많았고 맛있었다. 해물 빠에야랑 다른 육고기 빠에야 반반 해서 먹었는데 해물이 정말정말 맛있었다. 

 

 

 

 

 열심히 돌아다니다 들어간 빈티지 가게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셔츠 원피스와 바깥 매대에서 산 힙색.

 

 빈티지 가게 지하에 들어가 옷을 이리저리 보고 있었는데 저렇게 엄청 길고 넉넉하고 빳빳한 셔츠 원피스가 있는 거다! 그런데 친구는 별로라고 하고, 나는 아무래도 사야될 것 같고. 그래서 결국 착용해보고 매장 직원한테도 어떠냐고 물어봤다. 친구가 잠옷 같다고 그러길래 좀 시무룩해져서 이거 정말 잠옷같아? 하고 물어봤는데 아니 예뻐 어벙해 보이는 게 걱정되면 허리에 두를 수 있는 벨트같은 걸 하면 될 거야, 하고 대답해줘서 그냥 사기로 했다. 나는 어벙한 걸 좋아하니까 벨트 따윈 하지 않지. 이 빈티지 옷가게는 두번이나 다시 왔기 때문에 직원이랑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서로 웃으며 인사하기도 했다. 

 

 내가 산 힙색은 벨벳 재질에 하나하나 펜던트가 수놓아져 있다. 너무 예뻐서 주인 할아버지께 이 가방은 얼마냐고 물었는데 단돈 5파운드라고 하는 게 아닌가! 고민도 안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사버렸다. 여행할 때마다 유용하게 메고 다니는 가방이다. 

 

 

 노팅힐 서점에서 산 에코백은 약간 후회스러울 정도. 다른 예쁜 5파운드짜리 에코백도 많았는데. 보지도 않은 노팅힐 영화의 서점에서 10파운드 넘게 주고 샀는데 장바구니 대용으로 사용하는 중이다. 튼튼해서 장바구니로 딱이다. 미안해 노팅힐 에코백. 

 

 


 

 

 전날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사뒀기 때문에 시간에 늦지 않게 뮤지컬 극장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뮤지컬 본 적은 있었지만 유럽에서의 뮤지컬은 처음이라 설렜다. 화장실 줄이 엄청 길기 때문에 뮤지컬 보기 전 다른 곳에서(?) 해결하고 오길 바란다. 기다리기만 하다가 뮤지컬이 시작되는 바람에 인터미션까지 기다려야 했다. 

 

 

 극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시야 제한이 있어서 관람이 조금 힘들긴 했다. 게다가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고개를 쭉 빼고 보다가 자꾸만 일어서서 보려는 통에 우리까지 보기가 힘들었다. 내 친구는 그 사람의 등을 톡톡쳐서 좀 앉으라고 했고 그때서야 그 사람이 앉긴 했지만, 그래도 자꾸 시야를 방해하긴 했다. 옆 자리 사람들도 약간 짜증을 냈다. 

 

 그것 외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던 첫 넘버부터 전율이 일었다. 스토리 상 약간 늘어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가면 갈 수록 무대 효과라던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계단이 펼쳐져 그 위에서 배우들이 춤을 추고 또 어느 순간엔 크리스틴과 팬텀이 배를 타고 무대를 누볐다. 

 마지막에 팬텀이 애절하게 노래부르는 장면에서는 나도 울고 내 친구도 울고 옆자리 사람들도 모두 훌쩍이며 울었다. 어떻게하면 저렇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연기와 노래 모두... 진짜 최고! 또 보러 가고싶다. 

 

 

 

 

 뮤지컬을 다 보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지는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노을을 보기 위해 이층 버스를 타고 밀레니엄 교로 향했다.

 

 이 날 일몰 풍경은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하늘이 이렇게 예쁜 연보라색일 수가 있다니. 

 (사진 상으로는 조금 덜 보라색(?)같지만.)

 

 

 

 

 

 테이트 모던으로 향하는 밀레니엄 교는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여기에서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도 볼 수 있었다. 

 

 

 테이트 모던 건물에 올라가 야경을 볼 수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그냥 일반 커피 맛이다. 카페 내부는 사람들이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내부를 컴컴하게 해놓은 상태였고, 한 면 전체가 통유리였기 때문에 마음껏 밖을 볼 수 있었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것 같다. 10대 때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유학도 가보고 싶었고 뮤지컬도 오리지널 캐스팅으로 보고 싶었으며(그건 언젠간), 여유로운 여행도 하고 싶었다. 그때의 내가 나중에 런던에 와서 뮤지컬을 보고 야경을 보게된다는 걸 알면 어땠을까? 내 스스로 나의 삶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다. 이렇게 살다보면 어떤 형태로든 꿈을 이루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꿈을 이룬 상태지만. 그러니 더 자각하고 감사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