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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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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기 선생님의 미궁 www.youtube.com/watch?v=FfPJshJZiIA 고 황병기 선생님의 미궁을 들었다. 어쩌면 인간은 문명 발달 시점에서부터 진리를 더 가까이 깨치우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반경과는 상관없이 더 많은 인간사와 맞닿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쌓이는 식견은 과거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릇에 따라 담길 수 있는 총량은 다르겠지만. 나는 내가 좀 더 단순했으면 좋겠다. 뭔가를 접했을 때 생각은 늘 빠르게 또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 속도가 가끔은 무섭다. 알지 못했을 때는 심플하게 생각했지만 특정 분야를 배우고 나서는 주의하게 된다. 내 생각이, 글이 지리멸렬해지지 않기를. 가끔 무언가 번뜩 생각날 때 메모를 적긴 하는데 그게 좋은 습관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요즘도 다양한..
맛이 없어진 나시고랭 작년 가을 쯤부터 꽃혔던 집 근처 스시집에서 파는 나시고랭. 저 뭉쳐있는 밥알이 보이는가... 밥은 딱딱하고 새우도 작아졌고(탱글함이 없다), 간이 배어있지도 않다. 처음 먹었을 때 충격받을 정도였던 그 맛은 없어졌다ㅠㅠ 사실 그 전에 먹었을 때부터도 맛이 싱거워지긴 했는데, 그래도 믿었었다. 한두번은 그럴 수 있지 하고. 그런데 맛이 없어진지 세번째인 이제는 정말 빠이다. 독일에서 맛집을 찾는다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한국에서 이 돈이면 훨씬 더 높은 퀄리티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을텐데. 왠지 억울하다ㅋㅋ 포춘 쿠키를 넣어줬다. 포춘 쿠키를 열어볼 때마다 나쁜 얘기를 본 적이 없었다. 다 상술이겠거니 하면서도 좋은 문구를 보면 당연히 기분 좋을 수밖에. 그래도 이 집은 마지막이다. 빠빠이
블루투스 마이크를 샀다 오전에 N과 줌 미팅을 했다. 캠으로만 본지 2주째가 되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계획되었던 실험은 취소가 됐다. 어쩌면 딱 락다운이 시작되는 날 실험 계획이 있었는지... 생각보다 피험자가 적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쁜 수준은 아니다. N과 함께 줌 미팅을 할 때면 그는 혹시 내가 모를까봐 락다운 규정이나 이것저것을 말해준다. 이번에도 혹시 크리스마스 기간에 마트를 닫는 건 아냐고 물어왔다. 그래 사실 작년까진 이브 때 정오 쯤이 되면 마트를 닫는다는 걸 몰랐다ㅋㅋㅋ 2시 쯤 마트를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오자 플랫메이트가 '혹시 몰랐어? 미안해 내가 말해줘야 했는데'라고 했었다. 어떻게 그걸 몰랐는지 신기하긴 하다. 작년이 세번째로 맞는 크리스마스였는데도 말이다. (어쩌다 보니 이제 네번째 크리스마스를.....
기록 03 울적해질 때면 항상 뭔가 글이 쓰고 싶어진다. 어제는 일찍이 잠에 드려는데 옆방 플랫메이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여러 번 잠에서 깼다. 입주하고 두 달 동안은 조용했는데, 최근 들어 게임을 시작한 건지. 옆 방 구조는 내 방과는 달리 복층인데, 그곳에 사는 플랫메이트가 본인 데스크탑을 방문 앞에 뒀더라. 그러니 소리 지를 때 더 잘 들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목청이 큰 친구인데 뭘 하는 건지 책상도 탕탕 두드린다. 정말이지 혼자 살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Altbau라서 더 방음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저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잠에 깊게 들지 못하는 건 여전하다. 잘 때마다 꿈을 생생하게 꾸는 게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잠에서 깨면 꿨던 꿈을 곰곰히 다시 생각해본다..
김윤아의 Going home과 유튜브 댓글로 위로받다 나는 유튜브에 댓글을 잘 달지 않는다. 좋은 내용이 아니면 굳이 비판적인 댓글을 달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냥 인터넷 기사나 영상 모두에 댓글을 잘 달지 않는 편이라는 게 맞겠다. 툭하면 다른 사람 의견에 빈정대거나 우르르 몰려가 마녀 사냥을 하는 인터넷 문화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문화'는 21세기 초반부터 시작됐는데, 막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던 때였으므로 통신망 법이 전무했던 시기였다. 보아가 2000년 어린 나이에 데뷔한 후로 나는 보아 안티 사이트가 설립된 걸 봤었다. 그때는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단 개인 사이트 도메인을 등록해 정성스럽게(;;) 악플을 쓰고 루머를 퍼트리는 방식이었다. 실질적으로 동조한 건 아니었지만 확고한 가치관이 형성된 상태가 아니었던 8살의 나는 ..
기록 02 오전 8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요즘은 통 잠이 오질 않는다. 한시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놨더니 2시간도 제대로 못자고 계속 일어나야 했다. 별 꿈을 다 꿨는데 일어나고 나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예정되어 있던 실험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준비를 하고 연구소에 갔다. 독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동료가 우리 실험에 참가했다. 아는 얼굴이다 보니 한결 피험자로 대하기가 편했다. 도중에 잠깐 졸긴 했지만 사려 깊은 사람이라 실험하기가 수월했다. 그런데 실험을 하던 도중에 헛구역질이 났다. 정말 참으려 애썼는데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잠을 너무 못자서였을까 현기증이 나고 속이 울렁거렸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도 못한 상태였다. 코일을 들고 기준점을 찾다가 ..
기록 01 오전 8시와 오후 4시에 각각 실험이 있었다. 밤낮이 바뀌어있던 나였기 때문에 전날 아예 밤을 통째로 새고 실험실에 갔다. 그전에 배가 고파서 조심스럽게 부스럭부스럭 부엌에서 요리를 해먹었다. 새벽에 불닭 소스를 넣은 면을 먹어서 그랬는지 하루종일 배가 아팠다. 일주일만에 실험실로 가는 길은 추웠다. 요즘은 해가 오후 네다섯시 정도가 되면 져서 엄청나게 깜깜해진다. 이제 진짜 겨울이구나 싶었다. 저번 주엔 컴퓨터가 오작동해서 실험 직전에 피험자에게 취소 통보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피험자는 연구소에 막 도착한 상태였다. 참 평탄하지 않다. 한달 전쯤에도 post processing이 제대로 되지 않아 N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었는데 그날도 그는 머리를 싸매고 한참을 고민하다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미안하다..
임동혁 피아니스트에 대한 추억 하나 가끔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감사할 때가 있는데 오늘이 또 특히 그랬다. 이 채널, 레이어스 클래식의 최근 영상인 곡을 듣고 바로 구독 버튼을 눌렀다. 비틀즈, 이루마 등등 예전에 많이 듣던 노래들이 흘러나오길래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들었다. www.youtube.com/watch?v=YrNURj4cHQ 중학교 음악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임동혁 피아니스트의 연주 영상을 보여주신 적이 있다. 반 친구들은 그의 집중한 표정에 웃음을 터트렸지만 나는 그 순간부터 임동혁을 좋아하게 됐다. 그건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팝송과 락의 세계를 지난 후 다시 시작한 덕질의 순간이었다. 한달 용돈이 3만원이었을 시절,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그의 음반들을 사들였었다. 집에서 공부할 때면 늘 그의 쇼팽을 틀어놨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