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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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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서로만이 알아챌 수 있는 선명한 사랑의 눈짓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20) 오랜만에 가슴이 떨리는 영화를 보았다. 구글 플레이에 이 영화가 업로드된 건 최근의 일이다. 물론 독일어 버전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한국어 버전은 찾을 수가 없었다.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기다리기를 몇 달, 드디어 업데이트가 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부가영상은 30분 가량의 페인팅 과정 풀 영상이다. 바닷가에서의 산책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화가인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라는 여성의 초상화 제안을 맡는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 어머니의 부탁으로 본인이 초상화를 그리러 왔다는 목적을 숨기고, 엘로이즈의 산책 친구로서 동행하게 된다. 그녀는 언니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이후로 수도원에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고, 얼굴도 모르지만 밀라노에 살고 있는 남자와 혼약을 한 상태였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와 산책을 하는 동안 그녀..
[미드소마] 치유라는 명목 하에 도서리는 광기 (Midsommar, 2019) 요즘 출근을 안 하니까 할 일이 빈둥대거나, 영화를 보는 것밖에 없다. 역시 재택근무는 나에겐 맞지 않는 옷이었어. 이 영화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길래 언젠간 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다. 줄거리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어서 장르가 호러인지도 모르고 불을 다 끈 밤에 봤다. 사실 미드소마는 호러 영화라고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고어한 장면들이 나오기는 하나 일반적인 호러 영화처럼 영적인 존재의 출현이라던가 깜짝 놀랄만한 장면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의 분위기 상 내내 긴장하며 볼 수밖에 없었다. 공포 영화라면 쥐약인 나도 너끈히 볼 수 있었던 (그러나 정신이 잠깐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은) 영화, 미드소마를 소개한다. 영화는 눈 내리는 겨울의 배경으로 시작된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대니라는 여주인공..
[패왕별희] 장국영에 의한, 장국영을 위한 영화 (Farewell My Concubine, 1993) 내가 처음 본 중화권 영화는 초등학생일 때 다닌 합기도장에서 몇 번이고 틀어줬던 였다. 어릴 적에도 첨밀밀이나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 명작이라는 영화 제목들을 익히 들어왔지만, 소림 축구로 인해 이미 내 머릿속의 중화권 영화는 '우스꽝스러운 오버 액션'의 이미지로 굳어진 후였다. 물론 소림 축구만이 다는 아니었다. 대학을 다닐 때 영화 관련 교양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라는 영화를 감상하라는 과제를 내주셨었다. 나는 그때 처음 장국영이란 배우가 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봤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그는 만우절에 세상을 떴다. 갑작스러운 장국영의 사망 소식은 타국인 한국에까지 흘러들어와 그의 팬들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다. 만우절 당일이었기 때문에 곧장 믿었던 사람은 없었..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08) 이번에 본 영화도 꽤 오래된 영화다. 2008년도에 개봉을 했으니 그로부터 무려 12년이 된 영화인 것이다. 10년이 넘게 흘러 브래드 피트는 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미 쉰이 훌쩍 넘은 그는 12년 전 이 영화에서 CG를 통해 구현한 중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케이트 블란쳇은 을 봤을 때부터 고혹적인 연기를 하는 여배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로 나왔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목소리의 농도가 다른 본 투 비 배우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발랄한 청년시절부터 노년의 쓸쓸함을 담은 연기를 물 흐르듯이 해냈다. 영화는 나이 들어 병상에 누워있는 데이지가 딸에게 한 눈먼 장님인 시계공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왜 많은 청년들이 스러져갔는지, 왜 케이크라는 ..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2015) 영화 소개해주는 유튜브 영상에서 본 기억이 있지만 그때는 그저 넘어갔던 영화를 왓챠가 추천해줬다. 최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보는 중간중간 방해를 받아, 3일 만에 영화를 다 볼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심술궂은 신이 인간을 괴롭히는 걸 즐거움으로 삼다가, 신의 딸인 에아가 그런 아버지에게 질려 몰래 인간들의 수명 정보를 모두 전송해버림으로써 시작된다. 그 후 인간계로 내려간 에아는 무작위로 여섯 명의 인간을 선택해 사도로 임명하고 새로운 성서를 쓴다. 성서의 내용은 여섯 명 사도들의 삶 그 자체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죽음의 날짜를 받아 들고서 패닉에 가까운 증세를 보인다. 수명이 많이 남은 자는 무슨 사건을 벌여도 정해진 날짜 전에는 죽지 않게 되었다. 반면 사망일이 근접한 사람들은 죽음에서 벗어나려..
[왓챠플레이] 내 기준엔 넷플릭스보다 나은 스트리밍 서비스 해외에서 살 때 가장 불만족스러운 것 중 하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동안 SoftEther라는 vpn을 써왔다.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과금이 필요없고 속도도 꽤 괜찮은 편이다. 친구와 영화를 볼 때도 나는 한국어로 듣고 친구는 자국 언어의 자막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저번달까지는 넷플릭스 품앗이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들을 봐왔는데, 여자처자한 상황으로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침 영화를 보기엔 왓챠 플레이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용해보기로 했다. 첫 이용자에겐 2주간 무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는 3개월에 한번 정산하는 베이직 이용권을 결제했다. 한달씩 결제하는 것보다 900원이 할인된다. 일단 pc에서 구동은 잘 되는 편이다...
[기생충] 느지막한 개인적 생각 작년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로부터 의 독일 개봉을 손꼽아 기다려 왔었다. 10월 중순이 되자 독일에서의 개봉 소식이 들려왔다. 독일에 온 후로 한번도 영화관에 간 적이 없었는데 오로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첫 영화관 나들이를 감행했다. 한국에 잠깐 갔을 때조차 인턴십을 하느라 시간이 없었으므로 거의 2년만에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였다. 일단 온라인으로 자막 버전을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아 티켓을 예매했다. 대부분의 외국 영화들은 독일어로 더빙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등장인물들이 대사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새됐다'... 분명히 자막 버전으로 예매했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독일어로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아씨 어쩐지 극장 안에 동양인이 한명도 없더라. 이미 영화는 시작되었고,..
[블랙미러, Vol. 4] 6화의 블랙뮤지엄 | 뇌과학 윤리 이슈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 이상 영상을 볼 때 딴짓을 진짜 많이 하는 편인데 이 편은 막힘없이 술술봤다. 말만 많이 들어왔던 블랙미러를 처음으로 접한 시즌이기도 했다. ​ ​ 블랙뮤지엄에서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다. 범죄에 사용된 도구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에 한 여행자가 방문하게 되고, 그 박물관을 직접 개관한 한 남자가 그 도구들과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 이들 사연 각각은 모두 과학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물론 기술적인 면이나 근본 원리 등은 나열되지 않지만 특히 뇌과학과 연계되어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아예 이야기의 시작은 대놓고 박물관 관장인 그 남자가 뉴로 테크닉 계열의 연구자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깔아두고 시작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감각의 공유와 관련되어 있다. 환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