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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2015)

 영화 소개해주는 유튜브 영상에서 본 기억이 있지만 그때는 그저 넘어갔던 영화를 왓챠가 추천해줬다. 최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보는 중간중간 방해를 받아, 3일 만에 영화를 다 볼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심술궂은 신이 인간을 괴롭히는 걸 즐거움으로 삼다가, 신의 딸인 에아가 그런 아버지에게 질려 몰래 인간들의 수명 정보를 모두 전송해버림으로써 시작된다. 그 후 인간계로 내려간 에아는 무작위로 여섯 명의 인간을 선택해 사도로 임명하고 새로운 성서를 쓴다. 성서의 내용은 여섯 명 사도들의 삶 그 자체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죽음의 날짜를 받아 들고서 패닉에 가까운 증세를 보인다. 수명이 많이 남은 자는 무슨 사건을 벌여도 정해진 날짜 전에는 죽지 않게 되었다. 반면 사망일이 근접한 사람들은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도 불가항력의 힘에 의해 죽게 된다. 

 

 일련들의 사건들이 속출하고, 이를 통해 저 문자가 장난이 아닌 현실임을 알게 된 사람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다. 더 이상 죽음은 불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우리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은 여섯 사도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사도인 오렐리를 시작으로 그들의 아픔이나 고독 또는 무채색인 삶이 보인다. 에아는 사도들의 이야기를 듣고 각자에게 맞는 음악을 말해준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각자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오렐리는 어렸을 적 사고로 그녀의 팔을 잃었다.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남자들에게는 추파를, 여자들에게는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아왔으나 오렐리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그런 일상에 에아가 나타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음악을 말했다. 그리고 꿈을 만들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날 밤, 오렐리는 흘러나오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들으며 잃어버렸던 손과 조우한다. 그녀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보잘 것 없는 철학>처럼 손은 스케이팅을 한다. 꿈꿔오거나 그리워하던 대상을 눈 앞에서 보는 것은 인생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을까. 

 

 마틴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 나는 이 부인의 얼굴을 알고 있었는데, 하고 한참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불현듯 이 사람이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시상한 카트린 드뇌브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이 영화는 그렇게 심오하지도 가볍지만도 않다. 그렇다고 엄청 좋은 영화다! 라고도 말하기 어렵다. 가끔 CG가 조잡해보였고, 유럽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그들만의 유머 코드가 있다.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도 있었지만 영화가 공감하라고 있는 매체는 아니므로 패스. 

 

 놀라운 건 이 영화가 청불 등급이라는 것이다. 물론 성도착자 에피스도와 나체신이 몇번 나오긴 하지만 노골적인 장면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제한될 정도는 아니었다. 심의 규정을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 덧붙여, 영화 안에서 특히나 중년 남성이 어린 여자에게 대놓고 추파를 던지는 장면이 몇번 나오는데 이게 문화 차이인 건지 아닌지 헷갈린다. 나도 유럽 와서 중년 남성들이 다가오는 일들이 있었는데 불쾌하기만 했다. 눈빛만 보더라도 그들이 순전히 친구로서 다가오는 게 아니라는 건 바보라도 아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