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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포르투

[Porto]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 Porto Walkers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후 느지막히 일어나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하기 위해 리셉션에 내려갔다. 와이너리 투어를 하기 위해선 호스텔 측에다 당일 오전 11시까지 신청해야 하고, 2시 반에 픽업하러 오니 시간에 맞춰 대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와이너리에다 직접 투어를 신청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나는 왠지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투어를 신청해보고 싶었다. 세 군데의 와이너리를 가는 일정이니까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점은 리셉션에 있던 스텝이 추천해준 식당으로 갔다. 사실상 숙소 바로 앞이라 가게 된 로컬 맛집 Casa Branganca.

 

 

 정말로 로컬 맛집이라 그런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동행의 말을 빌리자면 기사 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식당이었다. 공간이 협소에서 자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렇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각자 해물밥 두개와 문어 요리 하나를 시켰다. 해물밥은 고작 6유로밖에 하지 않았다. 독일에서 이 가격으로 외식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해물밥의 맛이었다. 보다시피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말 그대로 밥을 말은 해장국 또는 내장탕의 느낌이었다. 유럽에서 먹는 칼칼한 해장국의 맛이라니 너무 행복했다. 심지어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난 후에 먹는 밥이라 속이 더 확 풀렸다. 동행이 먹던 문어 요리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냥 포르투갈 요리가 다 맛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다시 가고 싶었는데 일정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다. 정말 매 점심마다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투어까지 시간이 남아 또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갔다. 이번엔 Fabrica Nata라는 가게로 간다. 

 

 

 포르투가 워낙에 작은 도시라 교통수단을 이용해보진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언덕을 오르는 아기자기한 트램을 보고 있으면 덥썩 타고 싶어지기도 했다. 

 

 

 

 매번 다른 집에서 에그타르트를 먹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순위 매기기는 무의미한 일이다. 모든 곳이 다른 나라에서 먹는 에그타르트보다 훨씬 맛있다. 하지만 후식으로 한 개씩 먹는 게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그 이상은 내 입맛에 조금 느끼해지더라.

 

 

 호스텔에 돌아와 대기하고 있자니 약속 시간에 투어 가이드가 들어와서 각자의 팔목에 와이너리 투어 티켓을 채워줬다. 와이너리 투어 가격은 25유로. 

 

 

 2시 반부터 시작해서 저녁 7시까지 이어진 일정이었는데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투어였다. 투어를 하면서 포트 와인을 기본 총 7잔 + a 로 마실 수 있었다. 티켓에 Porto walkers라고 적혀있는 게 보이는지. 이 투어는 걸어다니며 와이너리를 누비고 다니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와이너리들이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아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미팅 포인트에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깃발을 휘두르는 청년들이 나타났다. 포르투 경영대학의 동아리 부원들이라고 본인들을 소개했는데 세계 일주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쇼를 보여주며 영업하는 친구들이었다.

 

 

 앉아서 박수나 톡톡 치며 보고 있었는데 그 중 잘생긴 친구가 와서 자신들의 앨범과 dvd를 보여주며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하더라. 미안하지만 왜 하필이면 많은 사람들 중에 나라는 짠돌이를 발견했니. 앨범을 사는 것까진 아니어도 몇 센트 쥐어주려 했는데, 그 때 마침 사람들이 다 모여 이동을 하자고 해서 냉큼 넘어갔다. 

 투어를 같이 간 사람들은, 내 기억이 맞다면, 총 17명이었다.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했는데 가이드인 알렉스가 각자의 speciality를 말해 달라고 했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게임을 잘한다고 했다. 비록 실버였지만 사람들은 내 티어를 알 수 없으니까 괜찮아^^. 와중에 콜롬비아에서 온 한 아저씨는 검지 손가락을 손등 끝까지 구부려 보여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가이드인 알렉스를 따라서 간 첫번째 와이너리 샵이다. 

 

 

 처음에는 이 와이너리의 역사를 길게 설명하길래 너무 지루해서 잘못된 선택이었나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다른 곳을 빙빙 겉돌았다. 40분 정도의 설명이 끝난 뒤에 창고를 내려가서야 제대로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하에는 거대한 오크통들이 즐비했다. 아직까지도 직접 포도를 발로 밟아 와인을 만들 줄은 몰랐는데 그것이 바로 빈티지 와인이라 하더라. 개봉 후 2~3일 안에 마셔야 한다고.

 

 여기에서 와인 두 잔이 제공됐다. 하나는 화이트 포트 와인, 나머지 하나는 레드 포트 와인이었다. 화이트 포트 와인이 달짝지근하고 향이 좋았다. 포트 와인은 보통 와인에 비해 단 맛이 강하게 나고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와인을 마시고 건너간 두 번째 와이너리에서는 큰 와인 오크통 안에 사람들이 낑겨 들어가는 챌린지를 했다. 심지어 입구도 좁아서 림보를 하듯이 들어가야 했다. 왜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안하겠다고 우기다가 거의 마지막 쯤에 들어갔는데 열두 명이 저 좁은 통 안에서 동그랗게 겹겹이 서있었다. 너무나 이상한데 웃긴 광경. 이때 갑자기 서로 친밀도가 급상승 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세계 기록을 경신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와이너리에서도 와인을 마셨다. 알렉스가 모두에게 다크 초콜릿을 나눠주며 포트 와인과 함께 음미해보라고 했다. 다크 초콜릿의 쌉쌀함과 포트 와인의 묵직한 맛이 정말이지 환상적인 궁합이었다. 

 

 

 

 

 어둑어둑해져 갈 때쯤 마지막으로 간 세 번째 와이너리.

 

 

 앞에 가본 두 곳의 와이너리보다 훨씬 세련된 디자인의 와이너리였다.

 귀여운 영상 하나를 보며 마신 로제 포트 와인과 자리를 옮겨 받은 세 잔의 포트 와인. 맨 오른쪽 잔에는 밑바닥에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이게 바로 빈티지 와인이라고 했다. 보통 레드 와인과 그렇게 큰 맛의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빈티지 와인이 그렇게 비싸다고 한다. 

 

 

 와인을 계속 마시다보니 다들 약간 텐션이 높아져서 분위기가 훈훈했다. 

 내 맞은 편에 앉아있던 노부부가 독일에서 온 여행자들이셨는데, 내가 독일에서 살고 있다고 소개할 때부터 관심이 있으셨는지 독일 어디에서 공부하는지를 물어보셨다. 당신들께서는 드레스덴 근처에서 사신다고, 이번이 41주년을 맞아 온 여행이라고 하셨다. 손을 꼭 잡고 다니시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부부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투어 게스트의 연령대가 높았지만 다들 편하게 즐기고 감상을 나누는 분위기여서 즐거운 투어를 다녀올 수 있었다. 

 정점은 이 와이너리의 루프탑이었다. 어둠이 깔리고 그에 맞춰 시작된 야경이 장관이었다. 왠지 딱 마지막을 노린 듯한 장소 선정이었다. 앞에서는 강이 흐르고 내 손에는 포트 와인이 들려있고 다리를 건너는 트램이 보이고...   

 

 

 

 시간 제한 같은 것도 없어서 한참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셨다. 

 

 

 

 투어는 여기서 끝나고, 뉴페이스들과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혼자 조용히 힐링하러 오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포르투에서는 나 혼자 있을 새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게 또 싫지 않았다. 

 방금까지 와이너리 투어 하면서 포트 와인을 일곱 잔이나 마시고도 또 와인을 주문한 사람들...

 

 

 야외 테라스에서 야경을 보며 샐러드,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의 요리들을 먹었다. 포르투에서 먹은 요리들은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그러고도 아쉬워서 호스텔에 돌아와 또 맥주를 깠다고 합니다. 끊자고 다짐하기 전에는 술을 참 많이도 마셨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리고... 술을 끊기 전에 포르투에 다녀와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