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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포르투

[Porto] 포르투 근교 코스타 노바 & 빈티지샵 Mon Père

 하루는 포르투를 벗어나 근교를 가기로 했다. 포르투에 도착하고 나서도 근교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는데 같은 방 친구들이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베이루를 가는 기차표를 샀다. 표값이 50센트는 아니다. 포르투에서는 티켓을 사도 영수증이 기본 두세 개 정도가 발행되었다. 아마 도시세 때문인 것 같다. 기차에 올라타기 전 간식거리로 먹으려고 역 근처에서 에그타르트를 샀다. 

 

 

 정말 세상은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 체인점이 필요해. 포장했던 거라 따끈따끈하게 먹진 못했지만 역시나 맛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기차 밖으로 저렇게 바닷가가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해변가라 마음이 들떴었다. 아베이루까지 가는 데엔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역에서 나오는데 날씨가 화창해서 우리는 날씨 요정이라고 설레발을 쳤다. 

 

 

 역에서 택시를 타고 코스타 노바로 출발했다. 여행 가서 택시 탈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있었어... 동행이 네 명이라 택시비 나누기에 괜찮았다. 타고도 꽤 한참을 갔던 거 같은데 얼마나 나왔는지는 기억력의 한계로 알 수가 없다. 택시를 타는 동안 울퉁불퉁한 돌길을 꽤 빠르게 달렸는데 묘하게 마음이 편했다. 그 전까지 뚜벅이 여행자로 다니다가 드라이브를 하니 시원한 느낌이 들어 좋기도 했다. 면허만 있다면 나도 렌트해서 여행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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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고 달려 코스타 노바 도착.

 

 

 영화나 뮤비에서나 볼 듯한 집들이 즐비하다. 집마다 개성있는 디자인들이 돋보였다. 

 

 

 음,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빡빡한 일정에 코스타 노바를 끼우는 건 비추한다. 그냥 저게 다일 뿐이다. 집들과 풍경이 예쁘기는 하지만 하루를 써서 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동 루이스 다리를 한 번 더 건너는 게 나을 것이다. 

 

 

 점심 때가 되어서 그나마 제일 커보이고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수퍼복 흑맥이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대구 요리와 빠에야를 주문했는데 나오는 데까지 40분이 넘게 걸려서 모두 지쳐버리고 말았다. 

 

 

 저 빠에야 메뉴에는 2인분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실물로 영접해보니 3~4인분은 되어보였다. 빠에야만 시켜도 충분한 양이다. 결국 다 먹지는 못하고 나왔다. 대구 요리는 그냥 생선 요리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맛. 그래서 코스타 노바에 대한 인상이 더 안좋아지고 말았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맑았던 날이 갑자기 흐려져 있었다. 날씨 요정은 무슨! 여행할 때 방심하면 안된다.

 

 

 사진을 몇번 찍다가 저 건물 틈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바다로 향했다. 이때 나는 좀 이 장소에 실망을 하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동을 받았는데, 바로 이 바다로 가는 길이 영화 <노킹온 헤븐스 도어>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했기 때문이었다.

 잔뜩 흐린 하늘과 바다로 가는 언덕길이 그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인생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처음으로 바다를 보러가던 주인공들이 떠올랐다. 영화에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기 직전 그들이 올라가는 길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따라갔다.  

 

 

 파도가 몰아치는 흐린 날씨라 더더욱 영화의 장면과 비슷해서 훨씬 좋았다.

 

 

 

 바다를 뒤로하고 나오는 길에 야옹이 두 마리가 나무 위에 호다닥 올라가는 걸 봤다. 귀여워...

 

 

 


 

 

 버스를 타고 아베이루 역으로 돌아와서 다시 기차를 타고 캄파냐로 돌아왔다. 야경을 보기 전에 가야 할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바로 호스텔 직원이 추천해 준 빈티지샵 Mon Père. 

 

 사실 그 전날에도 방문했었는데 와이너리 투어 시간에 쫓겨 아쉽게 발을 돌려야 했다. 여기는 꼭 가야한다는 생각에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방문을 했다.

 

 나는 빈티지 스타일을 정말정말 좋아한다. 헐렁한 그리고 조금은 낡거나 착색된 옷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리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종류들이 많아서 좋다. 

 

 

 이 가게에는 그렇게 비싼 잡화가 별로 없다. 평균 2~30유로 정도일 뿐이고 상태 또한 굉장히 좋다.

 

 30유로인 롱패딩을 봤는데 엄청 두툼하고 깨끗했다. 그것도 물론 사고 싶었으나 2XL 사이즈라 살수가 없었다. 레더 자켓, 셔츠, 스커트, 가방, 신발 모든 종류가 있고 일단 기본적으로 디자인들이 다 예뻤다. 빈티지라 하기에 너무나 세련된 옷이 많았고 이염이 있는 옷도 별로 없었다. 무스탕은 15~20유로에 팔리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건 1유로에 구입한 귀걸이.

 

 

 

 저대로 외투와 바지 모두 그 자리에서 구입했다. 두툼한 자켓은 20유로 오버 사이즈 진은 15유로에 샀다. 우리 엄마가 굉장히 질색하는 스타일인데 괜찮다. 엄마는 한국에 계시니까^^ 유럽이라 길이가 딱 맞는 청바지를 찾기 힘들었는데 롤업을 하니 입을만 했다. 저 옷들은 아직도 잘 입고 다니고 있다. 비록 기숙사 페인트 공사를 할 때 자켓에 페인트가 묻어... 세탁을 맡겨야 하지만.  

 

 멋쟁이 주인 할머니께서 예쁜 쇼핑백에다 옷들을 담아주신다. 마음에 드는 옷들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힘들어 거의 마감 시간까지 있었는데도 인자하게 미소 지으시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숙소에 들러서 바로 옷을 개시하고 야경을 보러 홀로 나왔다.

 

 

 강가 근처에 앉아 한참 앉아 있으면서 노래도 듣고 사진도 찍고, 반대편으로도 가봤다가 갑자기 또 수도원에 가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은 거다. 야경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날 이미 많이 걸은 상태라 힘들어서 계속 주저주저 했었다. 그 높은 다리를 또 두려움 속에서 건너야 된다는 두려움도 한몫 했다. 그래도 결국 마음을 다잡고 올라가서 다리를 건넜다. 다리 건너는데 또 무서워서 주먹을 꼭 쥐고 정면만 보고 걸었다.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눈에 다 담아가려고 하염없이 야경을 바라봤다. 정말 한 시간은 서 있었을 것이다. 참 아쉬웠다. 여행은 이래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항상 좋았던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라서.

 

 

 

 

 

 


 

 

 

 오전 11시 반 비행기라 일찍 준비해서 나왔다. 클레리구스 교회 뒤 정거장에서 602번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 데까지 40분이 걸렸다.

 공항에서 헤어지는 가족을 봤다. 6살은 됐을까 싶은 아이 두 명과 엄마 그리고 그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추정컨대) 이모.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다들 눈물 범벅이 되어있었다. 애기들은 엉엉 소리내서 울지도 못하고 눈물을 연신 훔쳐냈는데 그 모습이 더 슬펐다. 몇 번씩이나 서로를 돌아보는 장면에서 나도 울컥할 정도로. 한국에서 출국할 때가 생각났다. 마지막 인사를 할 때 갑자기 엄마의 눈에 고이던 눈물과 그걸 보자마자 뒤돌아섰던 내 모습이. 공항은 정말 많은 감정들이 공유되는 장소구나.

 

 

 함부르크에 도착하니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깥을 나서자마자 뼛속으로 느껴지는 추위가 독일에 왔음을 실감케 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세 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이날은 집까지 오는 데 무려 5시간이 걸렸다. 원래 공항에서 S반을 타면 그냥 바로 중앙역으로 오는데 뭔가 고장이 나서 경로가 바뀌었다고. 그래서 몇 번 차를 놓치며 헤멨었더랬다. 마침내 집에 도착했을 때 그렇게 집이 반가울 수 없었다. 역시 집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