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도착한 이후로 1년 반만에 처음 가보는 국외(?) 여행으로 포르투를 가게 되었다. Practical project 결과를 막 마무리하고 있던 중이었고,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 먹고 표를 예약했다. 나는 여행가면 한 군데에서 진득히 머무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리스본이나 다른 도시에도 안 가고 정말 딱 포르투에만 4박 5일 있기로 했다.
수화물 없이 캐빈백 두개(priority)를 결제했기 때문에 따로 체크인하러 갈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보딩패스도 프린트해갔는데 앱으로 티켓 제시할 수 있으면 상관없었다. 라이언에어 타면 특히 짐 무게나 크기에 엄청 엄격하다고 들었는데 입출국 때 검사는 한번도 안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무게를 재지도 않았다. 저가 항공답게 2~30분 연착은 가볍게 해주시고 2시간 반 정도를 비행해서 포르투에 도착했다. 그 전전날 밤을 아예 샜었기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비행 내내 잠만 잤다.
메트로를 타기 위해 안단테 카드를 샀다. 한번 사두면 계속 충전해서 쓸 수 있다.
공항에서 캄파냐 역까지 가서 성 벤투 역으로 환승하려는데 구글맵이 자꾸 오류가 났다. 오프라인 저장도 해놨지만 교통편은 오프라인 지도로 확인할 수 없었다. 급한 대로 지나가던 현지인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저씨께선 4번 플랫폼에서 타면 된다고 하시면서 어디서 타면 되는지까지 알려주셨다. 그때 시간이 거의 밤 12시가 다 된 상태였기 때문에 차편도 많지 않았다. 헐레벌떡 4번에서 환승했는데 다음 정거장 이름이 달랐다. 검표원 아저씨께 물어보니 내려서 다른 걸 타야된다고 했다. 현지인 아저씨가 잘못 알려주신 것이다. (교훈 : 다음부터는 늦은 시간에 도착하는 비행기 편을 끊지 말자)
어쨌든 반대편으로 더 가기 전에 내렸는데 카드 돈은 이미 다 썼지, 다음 기차는 40분 뒤에나 오지... 그냥 무작정 역을 나왔다. 잠깐 정신을 놓고 있다가 지나가는 남자분께 무작정 길을 물어봤다. 그분은 처음에 낯선 사람을 경계하더니 곧 앱으로 뭔가를 이리저리 찾아보시더니 여기서 나이트 버스를 타면 된다고 버스 번호를 가르쳐주셨다. 몇 분 뒤에 올거야, 굿나잇! 인사를 남기고 떠나셨다.
이 골목길은 가끔 지나다니는 차 말고는 인적이 없었다. 늦은 밤에 길을 잃은 처지였지만 낯설고 조용한 동네에 있는 것이 오랜만이라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버스는 직선으로 쭉 나있는 길을 내달렸다. 다리를 지나고 중심가에 다다를수록 아름다운 야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사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성 벤투 역에서 내려 예스 포르토 호스텔까지 걸어갔다. 이때가 이미 새벽 한시 쯤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체크인을 하자 친절한 스텝이 맥주 한잔을 공짜로 줬다. 너무 목이 말랐을 때라 순식간에 원샷을 해버렸다.
사실 여성 전용보다 더 싼 혼성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매니저가 일부러 여자 게스트들을 한 방에 몰아주는 듯했다. 게다가 모두 한국인들이었다. 그래서 4박 내내 훨씬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저렴한데 깔끔해서 매우 만족했던 호스텔이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윗침대를 쓰던 동생은 서핑을 하러 바다로 가고 나는 여유있게 준비를 했다. 2월달이었는데도 포근하고 화창한 날씨였다. 독일에 있을 때는 패딩에 목도리를 필수로 했어야 하는 날씨들의 연속이었지만 여기에서는 가벼운 코트 하나만 걸치고 나가도 춥지 않았다.
딱히 세워둔 계획이 없었기에 일단 준비를 하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클레리구스 교회는 말 그대로 호스텔 앞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곧장 그곳으로 갔다. 교회 앞에서 본 풍경. 반대편을 보면 경사가 꽤 무섭도록 져있어서 가볼 생각도 못했다. 포르투는 경사의 연속이었다.
교회 내부는 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웅장했고 아름다웠다. 미술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교회 탑 위로 올라가면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는데 올라가기 위해서는 5유로 짜리 티켓을 사야한다. 미술품들을 구경하다 한국인 한 분이 말을 거셔서 예상치 않게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선 끝없이 이어진 것만 같은 계단을 계속 걸어 올라가야 한다. 체감으로 5분에서부터 8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계단 폭도 좁고 약간 어두컴컴해서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탑의 끝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경이 모든 것을 보상해준다. 또 이 날은 날씨가 좋아서 먼 곳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교회를 나와 인테리어가 예쁘다는 맥도날드도 가봤다. 샹들리에가 있는 점이 특이하긴 했지만 나는 그냥 그랬다.
포르투하면 역시 에그타르트다. 포르투갈어로는 Nata라고 한다. 동행분이 포르투에서 제일 맛집이라는 만테이가리아Manteigaria를 소개해주셨다. 이 가게는 볼량 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내는 에그타르트를 구경할 수도 있다. 동행분이 에그타르트 위에 시나몬 가루와 슈가 파우더를 뿌려 주셨는데 맛이 훨씬 풍부했었다. 따끈따끈한 겹겹의 페이스트리가 바삭하게 부서진다. 나는 이 집의 에그타르트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포르투에 있는 동안 하루에 에그타르트 세 개씩은 먹었던 것 같다.
오전이라 약간은 한산해던 시장 구경을 조금 하고나서 점심을 먹으러 칸티나 32에 갔다. 이 곳도 동행분이 맛집이라며 추천해주신 곳(!) 무계획이었던 나에게 떠먹여주신 동행분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정말 맛있게 먹어서 이틀 뒤 저녁에 또 오려고 했는데 그땐 만석이라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집은 메뉴판이 너무 귀여웠다. Not so hungry부터 a bit hungry까지 메뉴를 더 고르기 쉽게 보여준다. 우리는 샐러드, 비프 스테이크와 그릴에 구운 문어 그리고 화이트 와인을 한 병 주문했다. 저기 메뉴판에 적힌 really ONE grilled octopus가 보이는가?
사진으로 보면 좀 감흥이 덜하긴 한데, 정말 한 마리의 큰 문어였다. 그리고 문어가 정말정말 맛있었다. 진짜로. 문어가 얼마나 맛있었냐면, 셋이서 이 두 접시를 나눠먹는데 스테이크를 남겼을 정도. 스테이크도 야들야들하고 맛있었지만 문어가 정말 그 이상의 맛이었다. 평소에 생각하는 그 평범한 맛이 아니라 야들야들하고... 이젠 그 맛이 희미해서 더 이상의 묘사는 무의미하지만 그때의 감정은 아직도 생각난다. 요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문어였다. 다들 극찬을 했다. 여기 메인 요리는 문어다 Octopus! 사람들이 여기에서 문어 요리를 꼭 먹어봤으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나서 산책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 익숙한 길목을 실제로 마주하니 괜히 웃음이 났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과, 햇살을 즐기며 걷는 사람들과, 야외에 앉아 느긋하게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포르투를 요약하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라고 할 수 있다.
점심에 마셨던 와인 때문에 알딸딸해서 숙소에 들어가서 조금 쉰 뒤 저녁에 야경을 보러 나왔다.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야 했는데 그 다리 높이가 매우 높아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비틀거리며 겨우 지나갈 수 있었다. 트램이라도 지나갈 때면 다리 전체가 덜덜 떨려서 내 심장도 함께 떨렸다. 그렇게 겨우 한국인들의 뷰 포인트, 세하 두필라르 수도원Claustros do Mosteiro da Serra do Pilar에 도착했다.
첫날에는 그렇다 할 만한 야경을 볼 수가 없었다. 저녁 쯤이 되니 물안개가 끼어서 뿌옇게 보였던 야경. 아쉬웠다.
아쉬움을 안고 LSD라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스타터(문어 배가 이때까지 안 꺼짐)와 와인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때는 금주를 결심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매 끼니때마다 와인을 곁들여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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