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까지 대학 지원을 얼추 마무리하고 그 후에는 남은 기간 동안 할 인턴십을 찾았다. 인턴 지원도 그 랩의 주제에 맞게 지원 동기서를 쓰고나서 합격 발표를 받았다. 7월 들어 6주 동안의 인턴십을 시작했었기 때문에 그 때부터는 유학에 집중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원래 문과인간이던 내가 웻랩에서 실험과 분석을 하며 보고서를 쓰고 있자니 조금은 버거웠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한 하루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인턴 끝날 때 즈음 학교 발표가 난다고 했으니까... 8월 중순까진 잊어버리고 있자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지원 마감 기한 이틀 전에 합격 발표를 받았다. 실험을 막 끝내고 랩에 돌아와 무심코 메일을 봤는데 저 소식이 와 있었다. 심지어 푸쉬 알림도 설정해놨었는데 알람이 안와서 아예 모르고 있었다. I am very pleased... 까지만 보고 뇌가 멈춘 느낌이었다. 설레발을 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저 짧은 문장을 몇번이고 정독했다. 그리고 인턴 동기들에게 알린 후 엄마에게 전화하기 위해 복도로 뛰어나갔다.
다 같이 우와아아 축하하는 의례를 거치고 난 뒤, 합격 통지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있으니 declaration of acceptance같은 documents 내는 기간이 혹시 연장될 수 있겠냐고 메일을 보냈다. 데드라인을 더 늘려줄 수 있다는 친절한 답장이 답지 않게 금방 왔다(!)
합격 발표를 제일 처음 알려준 고마운 곳이지만 최종 등록은 하지 않은 곳. 그때까지만 해도 독일에 갈지 말지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인턴을 하고 있던 랩에서의 연구도 너무 재밌었고 사람들도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달 뒤 드디어 1지망이었던 대학의 admission letter가 도착했고, 등록하겠다는 답신도 곧이어 보냈다.
2주 더 연장한 인턴십을 끝내고 본가로 돌아와 본격적인 출국 준비를 시작했다. 인턴비로 비행기표를 샀고 기숙사 신청을 했으며(기숙사는 반년 동안 웨이팅 리스트에 있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독일 내에서 할 행정 업무들에 대해 정리했다. 이민 가방에 버금가는 대형 캐리어도 샀다.
독일 대사관을 다시 찾아가서 비상시에 대비한 서류 사본 공증을 또다시 받았다. 하지만 다시 쓸 일은 없으니 굳이 사본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다. 일반 보안카드로는 해외에서 전자상거래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 가서 OTP를 신청하고 한도도 늘렸다. OTP를 발급하는 데에는 수수료가 5천원 씩 들었다. 여담이지만 OTP는 정말 고장이 잘 난다. 1년 반 쯤 넘었을 때였을까 갑자기 OTP에서 보여지는 숫자가 아예 깨져보이더니 작동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나 대신 은행에 가보셨지만 본인이 아니면 해결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다음에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안카드를 발급받을 것이다. 지금도 OTP를 고치지 못해 국내 계좌 이체는 하지 못하고 있다.
비자용 사진을 찍고 여권 복사본도 준비를 했다.
출국을 한 달 앞두고 가장 어려운 점은 거주할 곳을 찾는 것이었다. WG-gesucht를 이용해가며 집을 구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대개 Mitbewohner/in과 인터뷰를 하고 나서 계약을 하는 독일 거주지 특성상 한국에서 집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다른 게시물에서 계속 이어 쓰도록 하겠다.
'독일 살이 > 유학 준비와 정착 초반 (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문화] 독일에서 겪었던 생소한 경험들 | 문화 차이 (4) | 2020.01.31 |
---|---|
[집 구하기] 2주 동안 집을 구해야 했던 독일에서의 첫 발걸음 (26) | 2020.01.26 |
[독일 유학 준비] 원서 접수 할 때 필수인 우니 아시스트 (0) | 2020.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