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일반적인 포장이사가 없는 독일에서(상자나 짐을 집까지 옮겨다주는 서비스는 따로 있지만) 가장 싸게 이사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택배를 보내는 것이다. 독* 배송대행에서 이사 서비스를 하고 있긴 하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견적 요청을 해봤는데 700유로가 나왔다. 식겁하며 포기.
OBI에서 Umzugskarton을 세개 샀고, 총 보낸 택배 갯수는 다섯개다. 그 중 세개는 DHL을 통해, 나머지 두개는 Hermes를 통해 보냈다. 두 택배사의 기준이 다르니 그에 맞춰 보내면 된다.
Hermes의 경우 무게 제한은 덜하지만, 부피에서 엄청난 제약이 있다. Seite ~ bis ~ cm는 가로 세로를 모두 포함한 길이이니 주의하도록 하자. 무거운 짐을 보내고 싶은데 짐의 부피가 작은 편이라면 Hermes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DHL은 Hermes에 비해 부피에는 그닥 엄격하지 않지만 무게에서 많은 비용이 추가된다. 내가 산 größe m 박스의 경우 사이즈가 525 x 350 x 331 mm 이다. 세 상자가 10kg 미만이었기 때문에 DHL 편으로 보내게 됐다. 나머지 상자는 15kg가 넘어갔으므로 Hermes의 L-Paket을 이용하는 편이 저렴했다.
이케아에서 파는 돌돌이를 이용해 박스를 날랐는데, 세상에 토요일 오후에 갔더니 업무가 끝났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찾아봤을 땐 토요일에도 배송이 된다고 했는데...! 그러더니 30분 정도 뒤에 우체국 문을 닫더라. 그래서 결국 근처 친구 집에 짐들을 맡기고 월요일 아침 일찍 보내야 했다.
시간이 좀 있었더라면 압홀룽 신청을 했을텐데, 시험 끝나자마자 바로 짐을 싸기 시작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다음엔 돈을 좀 더 내더라도 꼭 압홀룽 신청을 해야지. 그래도 Hermes 파켓샵은 토요일 오후에도 택배를 받아줬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택배를 보낼 때 붙여야 하는 Paketschein을 출력할 수 없다면, 모바일 파켓샤인을 받아놨다가 택배 보낼 때 바코드를 보여주면 된다. 바코드가 작으면 인식이 잘 안되니 확대해 갖다대는 편이 낫다.
일요일엔 전 플랫메이트였던 친구를 만났다. 그 당시에도 짐 정리가 다 안돼서 약속을 깰까말까 매우 고민했지만, 앞으로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에 그냥 보기로 했다.
럼이 조금 들어갔다는 파르페를 추천받아 먹었다. 어우 너무 달아. 친구가 프로슈토 올라간 바게트도 주문했는데 그건 나중에 그녀가 계산했다. 마지막이니까 작게나마 대접하고 싶었다며. 저번에도 저 친구가 커피를 샀는데 미안하고도 고마웠다. 다친 다리도 빨리 나아 아우스빌둥을 성공적으로 마치길 빈다.
집에 와서는 남아 있던 재료를 몽땅 넣어 볶음밥을 해먹었다. 방학 기간이라 애들도 냉장고를 깔끔하게 비운 상태였다. 잘 먹지도 않았던 잼과 버터를 버리고 서랍칸도 빡빡 닦았다.
나는 내가 이렇게 많은 짐을 가지고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당연히 목-금-토-일 동안 무난하게 이사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나. 그 며칠 동안 한 시간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잠깐 쉴라쳐도 이내 마음에 걸려 또 청소를 하고 물건 정리를 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택배 상자도 세개에서 다섯개로 늘어난 것이었다. 캐리어도 두개나 들고 기차를 탔는데 말 다했지. 입지 않는 옷들을 한 무더기로 버렸는데도 (아니 그리고 평소에 쇼핑도 몇달에 한번 조금 할 정돈데) 여전히 많았다.
새벽에 청소기를 켜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아서 일부러 이불 압축을 미리 해놨다. 마지막 날은 패딩을 덮고 자는 것이 국룰이다.
아침 11시 반 기차였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 중앙역의 물품 보관소에 캐리어 두개를 맡기고 (- 4유로), 다시 집에 와서 남은 택배를 부치고, 친구 집으로 가 또 남은 택배를 부치고 외국인청에 갔다가 은행 업무를 보고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말이야 쉽지 30kg에 달하는 택배를 돌돌돌 끌고 간다던가 이곳저곳을 왕복하는 일이 매우 고됐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2주 전부터 은행에 갔었던 건데 역시 독일은 케바케, 사바사의 나라. 한 군데의 말만 믿고 방심하면 안된다. 어쨌든 슈페어콘토 해지를 위해서는 새로 이사한 도시에서 움멜둥을 한 후, 그 증명 서류와 슈페어콘토 buch을 제출해야 한다. 그 전에 물어봤던 곳에서는 새 지역에서 Umzugsserivce를 신청하면 된다고만 했었는데 완전 틀린 정보였다.
그래도 완전 나쁘진 않았다. 운동 좀 더 하고 좋았지 뭐...
보증금을 깎이지 않기 위해 발악한 흔적. 벽의 못자국도 메꿨는데 또 별 핑계 대서 보증금 깎으면 무지 화날 것 같다.
아무튼 기차를 탔고, 그 전의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다행히 이 도시에 확실하게 정을 떼고 떠날 수 있었다. 두번 다시 그 곳에서 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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