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보지 않는 이상 영상을 볼 때 딴짓을 진짜 많이 하는 편인데 이 편은 막힘없이 술술봤다. 말만 많이 들어왔던 블랙미러를 처음으로 접한 시즌이기도 했다.
블랙뮤지엄에서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다. 범죄에 사용된 도구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에 한 여행자가 방문하게 되고, 그 박물관을 직접 개관한 한 남자가 그 도구들과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이들 사연 각각은 모두 과학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물론 기술적인 면이나 근본 원리 등은 나열되지 않지만 특히 뇌과학과 연계되어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아예 이야기의 시작은 대놓고 박물관 관장인 그 남자가 뉴로 테크닉 계열의 연구자였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깔아두고 시작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감각의 공유와 관련되어 있다. 환자의 증상을 알아내기 힘들어 번번히 그들을 떠내보내야 했던 한 의사에게 감각 공유가 가능한 트랜스미터가 생긴다면?
환자에게 저 EEG cap과 비스무레한 것을 씌우고 electrode에 해당되는 것을 의사 귀 뒤에 심는다. 감각, 즉 고통을 서로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반면에 의사 본인에게는 아무런 물리적인 해가 가지 않는다. rat을 이용한 실험의 이야기를 들자면 - 처음엔 지식 전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술이었다. 그러나 그건 효과가 없었고, 찰나의 실수로 인해 뜨거운 커피를 뒤집어 쓴 sender와 커피와 단 1도 접점이 없었지만 똑같이 고통에 반응한 receiver로 인해 감각의 전이가 이루어짐을 발견하게 된다. 원리를 알아내면 적용은 쉽다.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발명품은 곧장 만들어졌다.
의사는 환자의 증세를 알아내기 위해 고통을 자처하고 꽤 빠른 진단으로 치료에 성공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었다면 이 에피소드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감각 공유의 가능은 자신을 파국으로 몰고간다.
나머지 두 이야기들 또한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든 에피소드들이 내포한 것은 인간 의식과 공유,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발화되는 탐욕이라 할 수 있다.
블랙 뮤지엄이 마냥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아닌 게 과학은 벌써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진보해 있다. 해외 연구진들이 개발한 'BrainNet'이라는 시스템이 위에서 설명한 블랙 미러의 이야기와 꽤 비슷하다. 두 명 이상의 뇌를 연결시켜, 직접적으로 시각적인 자극이 들어오지 않아도 다른 뇌에서 전달받은 내용을 꽤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는 연구 내용이다.
과학계에서 윤리에 대한 이슈는 언제나 늘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저렇게 상용화될 때까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반대에 부딪혀 아예 빛을 못 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블랙 미러 에피소드의 내용이 아예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단정짓지 않으려 한다. 적당선이라는 건 늘 명료한 것 같으면서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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