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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살이/독일에서 산다는 것

[실험 기록] Mouse surgery 참관

처음으로 마우스 실험을 접했던 건 2017년 여름이었다. 그때는 직접적인 뇌 수술을 해보진 않았고, 행동 실험을 한 뒤 분석을 하기 위해 Criosection같은 사후 처리를 한 적은 있다.

그 뒤로 다른 랩에서 인턴할 때 Optogenetic 실험을 위해 virus injection과 optrode surgery를 했다. 그리고 5개월 뒤에 독일에서 또 인턴을 시작했다. 필요한 인턴 시간이 다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똑같은 기술을 이용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라 익숙했다.
그 Optrode surgery 참관을 하러 갔었던 게 벌써 딱 일년 전이다. 큰 틀은 다르지 않았지만 한국랩과 독일랩의 수술 과정이 미묘하게 달라서 기록해뒀던 게 있었다.

 

 

 

첫날 교수님과 랩 앞에서 만나 Animal facilities가 있는 곳까지 함께 걸어갔는데, 안에 들어가보니 phD 학생이자 내 슈퍼바이저인 티나가 마우스를 마취시켜놓고 쉐이빙을 하는 중이었다. ​

이 수술은 screw 5개를 박은 후 virus injection을 하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작은 screw 4개에 비해 조금 큰 screw 1개는 ground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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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턴할 때와 달랐던 점

- 여기에서는 쉐이빙부터 수술을 하는 내내 마취를 가스인 Isoflurane으로 했다. 인턴할 때 케타민으로 IP injection으로 마취하는 것과는 달랐다. 오히려 pain killer를 injection하더라. 신기한 건 stereotaxic에 가스 흡입관이 달려있던 것이었다.

- stereotaxic에 fixation할 때 ear 쪽이 아닌 cheek bone을 고정한다. 이건 여기가 auditory lab이기 때문... 근데 고정시키는 데엔 후자가 더 까다롭다고 한다. 고정 잘 시키기가 힘들다나.

- heating system! 마우스 밑에 깔아놓은 시트가 온도 조절장치와 연결이 되어있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기 전에 알람이 울리기 때문에 그때마다 조절 스위치를 꺼주면 된다. 사실 알람이 시시때때로 울리기 때문에 좀 짜증나긴 한다. 예전엔 저 시스템이 고장나서 온도가 너무 높이 올라간 바람에 수술하다가 마우스가 죽어버린 적이 있다고 한다.

- screw를 박을 때 microscope를 사용한다. screw가 너무너무 작아서 핀셋으로 잡기도 위태한데 어떻게 박지..? 싶었는데 현미경으로 보더라. 눈 아프지 않고 좋을 것 같았다. 티나가 screw 두개 정도 놓쳐서 잃어버렸는데 쿨하게 남는 거 쓰면 된다고 넘겨버렸다

- stereotaxic 앵글이 측면이다. 아무래도 청각 연구다 보니 측두엽을 공략해야 된다. Optrode는 정방향으로 임플란트하는 데 반해, injection을 측면으로 한다. Bregma의 x,y,z point를 재서 교수님이 쓰는 아틀라스 프로그램에 타이핑하면(!) target point가 계산되어 나온다. 그 target point를 드릴링해서 needle을 surface에 닿게 한 후 0.6 정도 깊이에 들어가서 한번 인젝션하고, 0.9로 더 내려가 한번 더 인젝션해서 auditory cortex의 bottom까지 바이러스 diffuse되게 한다.

- syringe에 바이러스 빨아들일 때: 파라필름을 바로 target region 위에 두고 거기에 바이러스를 파이펫팅해서 놓아둔 뒤 syringe로 빨아들인다.

- injection하기 전에 그 부위에 바셀린을 바른다.

- 바이러스는 총 두개를 섞는다고 했다. 원래는 1. 바이러스를 인젝션 직전 믹싱한다 2. 바이러스를 섞은 후 냉동 보관해서 쓴다, 이 방식들을 시도해봤다고 하는데 별로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1번 방법을 이용한다고.

 

너무 빨리 움직여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다

 

 

수술은 총 세시간이 걸렸고,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 파트는 bregma와 lamda 위치를 재는 것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잴 때마다 포지션이 다르게 나와서 티나가 했다가, 교수님이 했다가 또 티나가 하고 그랬다. 오래걸려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신경쓰지 말라고 말해줬다. 오히려 내가 방해될까봐 조심스러웠는데 그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티나가 손을 너무 떨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나중에 말하기를, 마지막 수술이 일년 전이었다면서 너무 오랜만에 하는 바람에 손이 떨렸다고 했다.

티나가 만들었던 한 개의 optrode는 캐뉼라가 굽어지고 슬리브가 없어져서 사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cementing은 교수님이 거의 다 하셨다.


독일에서는 박사 과정의 학생이 아닌 학사나 석사생이 동물 실험하는 것은 엄격하게 관리된다고 한다. 특히 수술은 석사생은 할 수 없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perfusion같은 경우는 할 수 있지만.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과 sacrifice하는 건 같은 선상에 있지 않아서 괜찮다고. 나한텐 그게 그거인 것 같지만...

 

아마 앞으로는 동물 실험할 일이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의 인턴십(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을 제외한)은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뉴로사이언스로 전공을 갑자기 틀 일도 없을 것 같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애니멀 스터디가 아닌 휴먼 스터디를 쭉 하게 될 거다. 그래도 실험은 재밌었고 꽤 괜찮았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