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요즘은 통 잠이 오질 않는다. 한시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놨더니 2시간도 제대로 못자고 계속 일어나야 했다. 별 꿈을 다 꿨는데 일어나고 나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예정되어 있던 실험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준비를 하고 연구소에 갔다.
독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동료가 우리 실험에 참가했다. 아는 얼굴이다 보니 한결 피험자로 대하기가 편했다. 도중에 잠깐 졸긴 했지만 사려 깊은 사람이라 실험하기가 수월했다. 그런데 실험을 하던 도중에 헛구역질이 났다. 정말 참으려 애썼는데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잠을 너무 못자서였을까 현기증이 나고 속이 울렁거렸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도 못한 상태였다. 코일을 들고 기준점을 찾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N에게 코일을 들어달라하고 화장실로 뛰쳐갔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는데 막상 구토가 나오지는 않았다. 목을 축이고 다시 실험실로 돌아왔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괜히 나 때문에 실험이 중단되어서 미안했다. 괜찮냐고, 실험은 취소해도 된다고 묻는데 나는 실험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그러고 싶진 않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실험을 이어갔다. 200 pulses 정도를 레코딩 했을 때였을까, 갑자기 N이 다급한 목소리로 뭔가를 얘기했다. 알고보니 N이 우리 연구소 내 확진자 두명 중 한명과 접촉했다는 메일을 갑자기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N도 자가격리를 해야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하고 있던 모든 실험 과정을 중단했다. N은 상황을 설명하고 짐을 챙겨 바로 집으로 자가격리를 하러 갔다. 되게 당황스러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그냥 모든 amplifier와 컴퓨터를 끄고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연구소 내에 두명이 더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목요일 실험이 취소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뭔가 괜히 마음이 좋지는 않다. 제발 N에게 무슨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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