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튜브에 댓글을 잘 달지 않는다. 좋은 내용이 아니면 굳이 비판적인 댓글을 달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냥 인터넷 기사나 영상 모두에 댓글을 잘 달지 않는 편이라는 게 맞겠다. 툭하면 다른 사람 의견에 빈정대거나 우르르 몰려가 마녀 사냥을 하는 인터넷 문화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문화'는 21세기 초반부터 시작됐는데, 막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던 때였으므로 통신망 법이 전무했던 시기였다. 보아가 2000년 어린 나이에 데뷔한 후로 나는 보아 안티 사이트가 설립된 걸 봤었다. 그때는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단 개인 사이트 도메인을 등록해 정성스럽게(;;) 악플을 쓰고 루머를 퍼트리는 방식이었다. 실질적으로 동조한 건 아니었지만 확고한 가치관이 형성된 상태가 아니었던 8살의 나는 보아를 안좋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십대에 접어들어 보아 노래를 듣고 춤을 따라하고 앨범을 사면서, 멋모르고 휩쓸렸던 어린 시절의 내가 부끄러웠다. 그걸 계기로 인터넷에 함부로 댓글을 적지 않게 되었다. 악플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댓글 문화는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조금만 더 필터링을 거치고, 좋은 말만 쓰려고 노력하면 다들 행복할 수 있을텐데.
www.youtube.com/watch?v=gR4_uoJdOr0
각자 다들 힘든 날이 있다. 나도 그랬다. 몇 개월 동안 공들였던 프로젝트를 페일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던, 교수님께서 학기를 더 연장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그 날. 나는 사람들이 쳐다보는데도 기숙사 가는 길 내내 엉엉 울었다.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쨌든 비자를 연장해야 하니까, 엄마도 알아야 하니까. 그런데 엄마도 답답했던지 약간 매몰찬 말을 했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위로 받을 곳이 없다는 생각에 외로웠다. 맨날 엄마한텐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처음으로 힘들다고 말했던 건데. 그 날 저녁을 먹다가 문득 김윤아 노래가 생각나서 유튜브를 틀었다. Going home을 들었다. 가사를 듣다가 또 울었고 나도 모르게 댓글을 적고 있었다.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 뒤 나는 인턴을 시작했고 또 시험을 준비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다. 나름 바쁘게 지냈다.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을 무렵, 갑자기 유튜브 알람이 울렸다. 구독하는 채널의 알람도 다 해지해 놓고 있었기에 무슨 알람인가 싶었는데 내 댓글에 달린 대댓글 알람이었다. 반년이 지나서야 그 사이 달린 많은 대댓글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진심으로 쓴 글들이라는 게 눈에 보여서 참 고맙고도 감동스러웠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이렇게 마음을 전할 수도 있구나.
최근까지도 대댓글이 달리고 있다. 얼마 전 또 알람이 울리기에 들어가보니 긴 위로의 글이 있었다. 저 글을 보고 또 울뻔했다. 지금은 그렇게 힘든 게 아닌데도. 저렇게 말해주는 분에게도 좋은 일들만 있기를.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몰라 아직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
+ 여담으로,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극심하게 우울증이 온 적이 있었다. 아무한테도 말 못하겠고 근데 혼자 끙끙 앓고 있자니 미칠 것 같아서 유료 상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했었다. 근데 상담사 선생님께서 해주신 조언은, 일단 주변의 누구한테라도 말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새벽에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는 안 그래도 힘들 것 같던데 왜 말을 안했냐고 토닥토닥 위로를 해줬다. 모르겠다. 그냥 그 말을 듣고 한 순간에 일년 전의 앙금(?)이 없어져버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우울증도 천천히 많이 나아졌다. 누군가에게 터놓고 얘기한다는 것 자체로도 나에게는 마음의 병을 털어버릴 수 있는 레질리언스가 있었던 걸까. 그 후로는 엄마와 통화도 자주, 또 길게 하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게 되었다. 지금은 엄마랑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이렇게 끝내버리면 왠지 울엄마 나쁜 사람 될까봐 적는 소소한 여담... 핳
'그때그때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루투스 마이크를 샀다 (0) | 2020.12.24 |
---|---|
기록 03 (2) | 2020.11.25 |
기록 02 (3) | 2020.11.10 |
기록 01 (0) | 2020.11.07 |
임동혁 피아니스트에 대한 추억 하나 (3) | 2020.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