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해질 때면 항상 뭔가 글이 쓰고 싶어진다. 어제는 일찍이 잠에 드려는데 옆방 플랫메이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여러 번 잠에서 깼다. 입주하고 두 달 동안은 조용했는데, 최근 들어 게임을 시작한 건지. 옆 방 구조는 내 방과는 달리 복층인데, 그곳에 사는 플랫메이트가 본인 데스크탑을 방문 앞에 뒀더라. 그러니 소리 지를 때 더 잘 들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목청이 큰 친구인데 뭘 하는 건지 책상도 탕탕 두드린다. 정말이지 혼자 살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Altbau라서 더 방음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저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잠에 깊게 들지 못하는 건 여전하다. 잘 때마다 꿈을 생생하게 꾸는 게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잠에서 깨면 꿨던 꿈을 곰곰히 다시 생각해본다. 꿈은 컬러풀하기도 하고 충격적인 내용일 때가 많다. 언젠가 한번은 안된다고 허공에 손을 허우적대다 겨우 일어난 적도 있다. 처음엔 재밌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들을 꿈 안에선 겪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잠에서 깨면 심장이 쿵쿵대는 턱에 더럭 겁이 나기도 한다. 그 동안 더한 일들도 많이 겪었는데 이제 와서 무너지겠냐 싶지만, 또 나는 그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레질리언스가 있다고 믿어왔지만... 무력감과 정신적인 힘듦은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나를 덮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많이 약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
한번은 비행기 안에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은 적이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공황장애의 증상을 잠깐 느꼈다고 믿는다. 갑자기 불안이 심각하게 커져 나를 덮치는 느낌. 나는 그 공포 속에서 숨을 규칙적으로 쉬려고 애썼다. 일부러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그 공포가 사라졌다.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일이라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학부 시절 이론으로 배울 땐 몰랐는데 살면서 한번쯤은 경험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지금 가장 괴로운 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힘든 시기인 건 아는데, 그게 참 머리론 이해가 되는데, 내 자신을 괴롭히는 걸 멈출 수 없다. 철없던 시절에 (물론 지금도 철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나중엔 어떻게 살아야하지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막막하기만 하다.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으려고 애써 괜찮겠지 생각하는 정도. 그때의 난 왜 내가 힘든지 몰랐다. 그냥 너무 힘들어서 아무나 붙잡고 얘기하고 싶더라. 학교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10회기 정도 진행했을 때에도, 끝나고 나서도 나는 힘든 이유를 몰랐다. 상담 선생님도 모르시더라. 당연하지. 본인도 모르는 문제를 타인이 어떻게 알 수가 있겠나. 선생님은 상담을 10회에 맞춰 끝내기 위해 해결 방안을 늘어놨다. 만남 세 번째 만에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쏟은 뒤 라포가 형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실제로 시도하지도 않은 해결 방안을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뭔가 구몬 학습지를 제대로 풀지 않고도 풀었다고 우긴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원래도 심리 상담에 관심이 없었지만 상담 회기가 끝난 이후로 더더욱 불신이 커졌다. 심리 상담 과목을 수강하고 실습도 했었지만, 그 이후론 그게 다였다. 그 한번의 경험으로 이건 이렇다 결론짓는 나란 인간이 일반화가 쩌는 인간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편견을 깨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냥 사실 지금 간절히 바라는 거 하나는 푹 자는 거, 그거 하나뿐이다. 꿈을 꾸지 않고 자고 싶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되뇌면서 잠에 드는데도 늘 꿈을 꾸니까 오늘도 글렀겠지. 어차피 꿈을 꿔야 한다면 웃는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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