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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살이/독일에서 산다는 것

연말 모임 그게 뭐죠 ? 화상 송년회를 합시다

 슈퍼바이저가 다음 주 week off를 내서 나도 연구소 갈 일이 없어졌다. 한동안 불면증 + 아침 실험으로 수면 패턴에 어려움을 겪었었는데, 요즘은 그나마 규칙적으로 자게 되었다.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 이런 단순하고도 일반적인 생활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행복이 어디 있는 게 아니다. 불행을 겪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다. 

 

 

 수면 패턴이 극악으로 치달았을 때, 아침 9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잠에 들어 3-4시간 자고 일어나는 걸 반복했었다. 아침 실험이 있는 날엔 그마저도 못하니 밤을 새고 가야했다. 그때마다 마시던 레드불.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모조리 마시곤 했다. 잠을 못자니 무거운 걸 들고 있으면 머리가 핑핑 돌면서 헛구역질이 나오더라. 사실 코일이 그렇게 무거운 건 아니지만 30분 정도를 들고 있어야 해서 힘이 들었다. 실험을 할 때마다 자꾸 뭔가를 까먹는 탓에 나는 바보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몸도 정신도 힘들던 시기였다. 

 

 이제야 실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실 표본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지만... 어떻게든 끝나가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다다음주에 마지막 실험을 하고나면, 논문을 위한 실험은 끝이 난다. 이제 나머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아직까지 학교의 internal supervisor는 뭔가 요구를 하거나, 계획에 대해서 물은 적이 없다. 슈퍼바이저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학부 논문을 쓸 땐 internal supervisor와 그다지 연락을 많이 해본 적이 없다고. 

 

 

 집으로 가는 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장식들이 많아졌다. 광장 한복판에 거대한 트리가 세워졌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다. 코로나 때문이다.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도 단계가 격상되어 연말 모임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zoom으로 화상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애초에 나도 여기서 사귄 친구들이 없어 직접적으로 모임을 할 일도 없다. 코로나 발발 이후 거의 집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왠지 더 빨리 지나간 것 같은 한 해다. 12월에 접어들었을 때도 실감나지 않았는데. 얼마 전 아침에 나갔을 때 첫눈이 내리는 걸 보기도 했다. 

 

 작년엔 마지막 날도 함께 보낸 친구가 있었지만 올해는 혼자일 예정이다. 그날 뭘 하면 좋을까? 베이킹을 할까 영화를 볼까. 혼자여도 괜히 설레는 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