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줍했는데 너무 공감가는 것들이 많아서 바로 해봤다ㅋㅋㅋ
1. 기차 연착
이건 뭐... 너무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질 정도다. 기차 연착 때문에 30분 거리에서 통학하는 친구들이 학과 시험 시간에 늦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교수님이 따로 다른 시험 스케쥴을 잡아주심. 또 한번은 오후 11시 기차를 타고 다음 날 새벽 5시에 도착하는 여정을 떠난 적이 있다. 아무래도 그렇게 타는 티켓값이 쌌다. 그런데 12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기차가 출발을 안하는 거다? 승무원들이 환불 정책이 적혀있는 봉투를 승객들에게 나눠줬고... 우리 모두는 기차 안에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근데 웃긴 건 제 시간에 도착했음. 일부러 빨리 달렸나 싶었다)
2. 생수인 줄 알고 탄산수 구매
이것도 아마 독일에 온지 얼마 안되면 다 겪어보는 일인 것 같다. still 찾기가 은근 힘들다. classic, medium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처음 생수를 구입하려면 이게 다 뭐지..? 싶다. 물론 초반엔 그냥 탄산수도 자주 마셨는데, 요즘은 스틸을 더 선호한다.
3. 열쇠 안 챙기고 문 닫음
나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ㅎㅎ... 기숙사 살 때, 그것도 하필이면 플랫메이트들이 본가에 가 있을 때 깜빡하고 문을 닫아버려서, 문 앞에서 오도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 전화했더니 그건 또 학교 소관이 아니래. 열쇠 수리하는 곳에 전화했더니 내가 독어를 못하니까 그냥 끊어버렸다. 그래서 이웃집에 가서 혹시 대신 전화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흔쾌히 대신 전화해주고, 또 그러고 있자니 복도를 지나가던 학생들이 점점 모여서 다 같이 제일 수리비가 싼? 곳들을 알아봐줬다. 다들 문이 열릴 때까지 지켜봐줬던 따뜻한 기억이다. 고마워서 나중에 도와준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전해줬다.
4. 식당에서 팁을 얼마나 줄까 내적갈등
이건 아직도 헷갈리는데, 어디에선 전체 식사 가격의 5%를 팁으로 또 어디는 10%를 내면 된다고 한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는 사람에게 달렸지만. 바이에른 지역에 있는 식당에 갔을 때는 오히려 점원이 팁을 안받는다고 한 적이 있었다. 독일 친구와 함께 한식당에 간 적도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한테는 팁을 안 받고(?) 친구는 눈치껏 팁을 낸 적이 있다. 나와서 함께 팁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친구는 '아마 한국인들은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굳이 너에게 강요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식당에 자주 가지 않아서 팁에 대해서는 완전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5. 택배 때문에 분노
택배를 제때 받지 못해 우체국까지 가야 하는 건 어느 정도 익숙했다. 이웃집에서 받아줄 때도 있으니까. 아 그런데 일층에서 살다보니 왜 일층집 임대가 자주 나오는지, 월세가 싼지 알겠다. 시도때도 없이 택배가 온다ㅠㅠㅠㅠ 그럴 의무는 없지만 웬만하면 집순이인 내가 이웃집 택배들을 맡아주는 편이다. 하루에 많게는 세번 정도 벨이 울린다. 한번만 누르는 게 아니라 꼭 두번씩 누르는데 맨날 저렇게 택배를 받으니까 미칠 노릇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요즘 더 심한 것 같기도 하구... 작작 시켜라
6. 저렴한 고기와 과일 가격에 행복
한달에 두세번은 스테이크를 해먹는다. 고기가 너무 저렴해..! 닭, 돼지, 소 등 모든 육류품들이 한국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축에 속한다. 사실 과일은 자주 사먹지는 않는다. 굳이 먹는다면 청포도나 자두, 체리 정도? 그런데 매번 과일 코너를 지나칠 때마다 드는 생각. '아 한국 돌아가면 과일들 엄청 비쌀텐데... 지금 먹어둬야 하는데'
7. 엄청난 보험료와 전기세에 눈물 (+ 짜증나는 ZDF)
비자를 받으려면 유학생들은 공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공보험은 한달에 거의 100유로. 일년 전에 보험료가 조금 올랐다. 눈물 난다. Rundfunkbeitrag도 굉장하다. 라디오도 안듣고 티비도 안보는 내가 왜 방송 수신료를 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야한다. 전기세는.. 솔직히 줄이기 힘드니 그냥 쓴다^^
8. 바이링구얼은 개뿔 0개 국어
독어도 영어도 한국어도... 독일에 온지 1년 쯤 넘었을 때 나는 한국어가 급속히 퇴화됨을 느꼈다. 가끔 표현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이 생각나지 않아 매우 답답하다. 그렇다고 다른 언어가 느는 것은 아님. 독일어는 지금 따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서 실력은 A1.2에 머물러 있지만,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들이 있다보니 반경이 넓어지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살만하다. 영어는 늘지 않았다. 논문을 쓰느라 동의어 찾는 실력이 늘었을 뿐? 영어 공부 따로 하고 싶다.
9. Jack wolfskin, Ortlieb, Deuter를 잘 알고 있다.
잘 안다기 보단, 아마 독일에서 살게되면 보기 싫어도 보게 되는 브랜드 명일 것이다. Deuter는 륙색 메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Jack wolfskin은 바람막이 입은 사람들을 엄청 많이 봄. Ortlieb은 잘 모른다.
10.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글뤼바인 or 킨더푼쉬
킨더푼쉬는 마셔본 적 없고,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면 늘 글뤼바인을 마신다. 그걸 안 마시면 크리스마스 마켓에 간 느낌이 안남. 11월이 되면 마켓에서도 글뤼바인을 병째로 팔지만, 그걸 집에서 끓여 마시는 것보다는 마켓에 가서 마시는 편이 낫다. 추운 날 꽁꽁 언 몸을 글뤼바인을 마시면서 녹이는 그 맛. 컵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었는데, 올해는 그럴 수 없을테니 참 아쉽다.
11.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김정은에 대해 말하는 사람
김정은 언급하는 사람들은 꼭, 이상하게도 다들 나랑 안 친한 사람들임ㅋㅋㅋㅋ 친해지고 싶어서 그 화두를 던지는 건지, 그냥 장난으로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김정은 얘기 나오면 그냥 웃고 다른 얘기를 바로 한다. 딱히 할 얘기도 없잖아. 내가 북한에 살다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히틀러 얘기를 할 순 없잖아 얘들아.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north? south? 하는 통에 늘 첫 자기소개를 할 때면 south korea에서 왔다고 쐐기를 박아버린다.
12. 독일어 버전 영화/연극 관람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기생충을 독일 더빙으로 본 경험이 있다. 난 분명히 OV로 보고 예약했었는데 말이지... 등장인물이 뭔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 채 그 명작을 처음 접했었다. 도중에 퇴장하기도 어려웠던 게, 내가 벽으로 막혀 있는 제일 안쪽 끝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옆에는 노부부가 앉아 있고. 아무튼 처음엔 눈치껏 아는 단어라도 들어보자 해서 엄청나게 집중을 했다가 나중엔 영상만을 감상했다는 이야기. 연극으로는 한 친구가 공짜 티켓을 구했다고 해서 같이 보러간 적이 있었다. 기억이 잘 안나는 걸 보니 감명깊지는 않았던 것으로.
13. 한국에선 절대 안해먹을 한국음식 해먹기
솔직히 말해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고추장 물에 빠트린 떡이 다인 것 같은 느낌. 대학을 다닐 때도 동기들이 떡볶이 먹으러 가자하면 손사레를 쳐서 애들이 의아해했었다. 어떻게 떡볶이를 안좋아할 수 있냐고. 그 설탕을 들이부은 달큰한 맛이 별로고, 떡볶이 소스에 쩌든 어묵 맛이 별로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한국에 살 때 떡볶이를 내 돈 주고 사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 내가 직접 독일에서 떡볶이를 해먹었다면 말 다했지.
14. 평생 Bauarbeiten인 곳을 암
ㅋㅋㅋㅋㅋ음 지금 연구소 근처에 공사하는 곳을 아는데 전부터 그곳을 봐왔던 포닥 왈, 저기는 공사가 평생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내가 기숙사에서 살 때도 바로 옆동 기숙사를 1년 반 정도 공사하는 걸 봤다. 아침 7시면 새소리와 함께 공사 소리가 들려서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았었더랬지.
15. 동네에 자주 마주치는 항상 산책 중인 개
아무래도 동선이 똑같다 보니까 항상 마주치게 되는 개들이 있는데, 내적 친밀감이 생성되었다. 물론 주인 얼굴도 모름. 늘 개만 바라본다.
16. 당황했을 때 예상치 못한 도움받고 인류애 느끼기
3번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쌩판 남이 나를 도와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하 독일 아직 살만하구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내 캐리어를 낑낑대면서 들어 올릴 때면 꼭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다. 자잘한 것들도 얘기하자면, 마트에 비치된 카트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찾아주는 친절한 분도 있었다. 딱딱하고 무뚝뚝한 독일인들만 봐오다가 가끔 그런 친절한 사람들을 보면 인류애가 뻥튀기되는 느낌...
17 & 18. 여름에 해가 안져서 미침 / 겨울에 해가 안떠서 미침
이건 내가 북부에서 살았을 때 진짜 michi는 줄 알았다. 해가 안져. 오후 10시에도 안져. 8시도 낮이야. 암막 커튼이 없으면 잠들기가 어려웠다. 반대로 겨울이 되면 오후 4시면 밖이 깜깜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밤이 된 것만 같았다. 처음 독일에서 겨울을 맞이했을 땐 그게 참 당황스러웠다. 밤이 너무 길어서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우울하기도 했다. 요즘도 겨울 날씨는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지지가 않는데, 요 며칠 내내 날씨가 궂어서 낮에도 불을 켜고 생활했다. 독일에 와서야 햇빛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19. 인터넷 / 모바일 회사 때문에 저혈압 치료
지금 사는 곳은 진짜 인터넷이 너무 잘되는 편. 기숙사에 살 때는 인터넷이 하루 종일 안되는 일도 허다했다. 그렇게 인터넷이 끊기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일부러 학교 도서관에 가기도 했다. 에듀롬 인터넷 짱...!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트러블이 참 많았다. 유럽 인터넷은 왜 이렇게 안좋은 편일까.
20. 동네에서 Bombe gefunden
난 처음 겪었을 때 진짜 큰일이 난 줄로만 알았다.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됐던 폭탄이 우리 동네에서 발견됐대, 그래서 교통, 통행 모두 금지되고 해체 작업에 들어간대. 이틀~나흘 정도는 그 거리를 지나는 버스를 탈 수 없었다. 한 친구는 자기 집이 위험 반경 안에 있어 다른 친구네에서 신세를 져야 했다. international 학생들은 다 수군댔지만 독일애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생각보다 이런 일이 잦은가보다. Bombe gefunden이라고 검색하면 꽤 최근 뉴스들이 많다.
그 외 칼크는 사실 심하게 경험해본 적이 없다. 혹자는 머리 감을 때마다 물에 있는 석회 성분 때문에 머리가 쉽게 뻣뻣해진다고 그러던데, 나는 못느꼈다. 곰팡이도 딱히.. 살았던 곳들이 습한 곳이 아니라서 빨래도 잘 말랐다. 가을이면 비가 자주 와서 습할만도 한데 나는 큰 불편을 느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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