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불면증이 심해져서 하루에 잠을 4-5시간 자기를 3일째. 2020년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감흥이 없었다. 그저 나이 한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작년까진 한국 시간에도 맞춰 신년 카운트를 했었다. 이번엔 피곤에 쩔어 설잠을 자다가 오후 4시를 그저 그렇게 넘겨버렸다. 카톡을 보니, 올해 수고 많았고 내년에는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란다는 연락들이 와있었다. 오랜만에 연락해준 인연들까지. 그걸 보고서야 마지막 날이 특별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틀 전 사둔 닭다리와 카레 분말로 닭고기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재료는 닭고기와 감자, 양파 외에 따로 들어간 건 없었다. 마지막 날은 뭔가 손수 요리를 해서 내 자신에게 대접하고 싶었다. 밥솥이 고장난 이후로 쌀밥을 잘 해먹지 않았는데, 냄비밥도 따로 해서 함께 먹었다. 완전 맛있었다 힣
코로나 영향으로 폭죽을 터트릴 수 없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밖에선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이러니 유럽에서 코로나 종식이 힘든 게 아닐까. 다들 그냥 자기네 뒷마당에서 터트리고 있는 것일까.
독일 시간으로 12시가 되었을 때 마음 속으로 조용히 빌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나은 한해가 되기를. 힘든 일이 없기를. 혼자이지 않기를. 어떻게든 다 잘 끝맺을 수 있기를 (부자될 수 있기를). 여전히 폭죽은 마구 터지고 있었다.
송년회로 화상 파티를 했었다. 약속해 둔 날짜에 다들 하나둘씩 빠지려고 하길래 서운한 티를 냈더니 두명 빼고는 다 참석했다. 오늘도 하기로 했음ㅎㅎㅎ 이렇게 다같이 화상 통화를 했던 건 일년도 더 된 일이었다. 2년 전 이후로는 만난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얘기는 과거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왜 그리도 할 말이 많던지. 이렇게 계속해서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 건 복이다. 다들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일련의 일들로 사람을 믿기 힘들어지는, 교감이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는 요즘이지만. 뭐 아무튼 나는 어떤 형태로 누군가와 만났든 그렇게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아 맞다, 그리고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올해는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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