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구들을 본지 오래되었다. 좋기도, 좋지 않기도 한 점은 혼자 있을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늘 사람에게 치여 살다가 단번에 무인도에 똑떨어진 느낌이었다. 혼자 있게 되면서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대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처음 가져보는 것이었다. 혼잣말도 늘었다. 그러나 가끔 너무 많은 생각들은 나를 짓눌렀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는 것 같았다. 때때로 나는 내가 낯설었다. 둔감해지지 않게 또는 나 자신을 놓지 않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했다. 언제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또 언제는 모든 게 그리운 날이 있다. 하지만 또 무슨 자존심에선지 남들에겐 그런 모습을 비추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살만해지면 찾아오는 무언가의 나약한 감정이 나를 약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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