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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쓰는 일기

굴라쉬 먹으면서 보내는 금요일 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벌써 또 금요일이 돌아오다니. 오늘은 아침부터 탄뎀 친구와 만나서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언어 교환 시간을 가졌다. 이 친구 덕에 배운 것도 참 많은데 아쉽다. 그 친구가 먼저 한글을 알아보고 말 걸지 않았더라면 이런 인연도 또 없었겠지. 

 오늘은 서로 형용사 용법에 대해서 배웠다. 독일어는 왜 형용사도 정관사가 죄다 바뀌는 거죠... 그에 비하면 한국어는 원형에서 '는' 이나 '-ㄴ'을 붙이면 형용사가 되는 쉬운 구조이기 때문에 친구는 금방 이해했다. 아무튼 다음 주 금요일에는 같이 바르셀로나 바를 가서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초콜릿 바 하나 빼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현금이 없는데 도서관 안에는 현금 인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귀차니즘 때문이다. 마트까지 왔다갔다 하기가 너무 귀찮았던 탓이다. 아무튼 저녁이 됐을 때서야 굴라쉬와 계란을 사들고 쫄래쫄래 집으로 왔다. 

 

 

 가끔 굴라쉬 분말을 사서 고기와 야채를 잔뜩 넣어 말 그대로 스튜를 해먹기도 하는데 캔 굴라쉬는 내가 밥 해먹기 귀찮을 때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다. 단돈 79센트. 나름 내용물도 알차다. 부르르 끓여 밥에 얹어 먹으면 끝이다. 파프리카 맛이 나는 하이라이스? 라고 생각하면 된다. 

 

 

 독일은 맥주의 나라답게 무알콜 맥주 Alkoholfrei bier도 종류가 다양하다. 진짜 신기하게도 맥주의 청량한 맛이 그대로 난다. Jever는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도시인데, 한 번은 친구와 예퍼 맥주 공장 견학을 가기도 했다. 예퍼 필스너 생맥주로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아무튼 금주를 결심한 후 과도기에는 무알콜 맥주도 자주 마셨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덜하다. 마지막으로 먹은 무알콜 맥주가 두 달 전이었던가. 술을 안 마시게 된지는 9개월 정도 되었는데 술을 끊으니 안주 값도 굳고 머리 아플 일도 없어서 좋다. 가끔 와인 한잔이 그립긴 하지만 뭐 참을만하다. 

 

 

 오늘 하루 종일 쫄쫄 굶은 나를 위해 계란 후라이도 두 개로! 버섯밥에다가 한 그릇 든든하게 잘 먹었다. 금요일마다 내 힐링 타임은 나혼산을 보면서 밥 먹을 때. 지난 주 나혼산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금요일이 돌아오다니요. 오늘 에피소드도 조금 슬퍼서 눈물이 났다. 요즘 들어 슬픈 걸 보면 눈물이 줄줄 나는 게 아무래도 늦겨울을 타나보다. 

 

 

 어젯밤에 우연히 유투브에서 '너를 만났다'라는 다큐의 짤막한 편집본을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uflTK8c4w0c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혼났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내가 어떻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알겠냐만은 영상 속의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는데, 그 간절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제는 더 이상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는 건 얼마나 사무치는 일일까. 어머니는 딸에 대한 것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시더라. 나연이가 좋아하는 쪼리 신은 것도 아시고, 좋아하는 캐릭터 트와일라잇도 금방 알아보시고. 가상현실 안에서 보이는 아이가 너무 밝아서 더 눈물이 났다.

 

 

 지금은 댓글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다. 왜 이렇게 마음이 꼬인 사람들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요즘 서로를 미워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서로를 보듬어도 모자랄 판에... 

 무언가를 봤을 때 사람들이 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한 발짝 나아가서 생각하지 말고. 결국 그게 남에게 상처를 주게 되더라.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이니까 그 감정을 올바르게 해소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나도 그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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