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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살이/독일에서 산다는 것

조그만 굿바이 선물

 내가 너무 이사 과정을 과소평가했나 보다. 6개월 살고 이사했던 옛날이랑은 달라... 생각보다 할 일이 태산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떠날 걸 그랬나. 이사가 코앞에 닥쳐오니 이것저것 할 게 너무 많다. 그래도 방 빼는 날도 기차 시간도 이미 확정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탄뎀 친구를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했는데 어쩌다 보니 토요일도, 일요일에도(이건 방금 잡혔다.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각각 다른 친구들과의 약속이 차례차례 잡혔다. 과연 모든 걸 일요일 내에 끝낼 수 있을까? 

 

 

 

 

 고기가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오늘도 불고기와 비빔밥을 해놓고 친구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세상에 난 너무 바보였다. 친구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 베지테리언인지 아닌지만 신경 쓰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쳐버렸다. 제대로 된 한식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미안하고 아쉬웠다. 친구는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했지만 그래도 미안한 걸.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동안 우리는 또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원래도 일주일에 두 번을 꼬박꼬박 보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면서도 수다를 떨긴 하지만 따로 놀러 나갔던 적은 딱 한번 한식당에 갔을 때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게 돼서 좋았다. 물론 친구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건 아닐 거라고, 굿바이 인사는 안 할 거랬지만. 친구가 기차를 타야 할 시간이 되어서 같이 버스를 타고 중앙역으로 갔는데 버스가 느릿느릿해서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다음 기차는 한 시간 후에 있다고... 어메이징 배차 간격. 역 근처 우체국으로 가서 친구가 내 우편 부쳐야 할 거를 함께 도와주고 역 앞의 카페에 갔다. 시간 맞춰 기차를 타러 갔고, 친구는 마지막으로 나를 꼭 안아줬다. 

 은행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 길에 플랫메이트에게서 음성 메세지를 받았다. 아침에 잠깐 봤는데 오후에 다시 집을 들른다기에 그때 인사하자고 했던 참이었다. 그런데 서로 길이 엇갈려서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너같은 플랫메이트를 만나 좋았고 항상 행복하라는 인사말을 음성으로 들으니 좀 찡했다. 그리고 집에 오니 조그만 선물이 놓여 있었다. 

 

 

 

 

 초콜릿은 탄뎀 친구, 샴푸는 플랫메이트에게서 받았다. 나는 제대로 챙겨준 것도 없는데 귀엽고 고마운 선물들을 받았네. 고마워 나도 그리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