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적이지 않음 주의 ※
이사 온지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천장 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밤이 되면 책상용 스탠드 하나에 의지해야 했고, 방이 큰 편이라 어둡기는 매한가지였다. 전등을 사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었다. 납땜은 많이 해봤지만 전기를 다루는 건 여전히 어렵고 무서웠다. 첫 집에서 살 때는 큰 스탠드로 전등을 대신했고, 기숙사에 들어가선 기존에 있던 등을 이용했기 때문에 딱히 전등을 설치할 일이 없었다. 스무스하게 피할 수 있을 줄만 알았던 전등 설치가 나에게도 다가왔다. 어차피 독일에서 산다면 다들 겪을 일이라고는 하더라. WG가 아닌 이상 이사할 때는 부엌도 떼어간다는 나라니까 말이다.
이케아는 너무 멀고 토요일엔 4시까지만 운영을 해서 Baumarkt인 OBI를 다녀왔다.
이 사진과 같은 모델, 하얀색 전등 키트를 샀는데 인터넷에선 10유로에 판매하고 있다. 나는 12유로에 샀는데... 괜찮아 배송비를 생각하면 어차피 똑같은 금액이다.
다른 전등들은 기본 20유로가 넘어갔으므로 가장 싸고 합리적인 전등과 전구를 샀다. 전구는 필립스, 60와트 짜리를 5유로에 구매했다. 에너지 효율이 A++로 가장 높고 Warm white 색이다.
독일에서 아예 백색만 내뿜는 전구를 살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보편화된 전구의 색은 흔히 말하는 누런 색 따뜻한 색이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할 무렵 주택가를 둘러보면 대부분 방에서 스며나오는 빛들이 이 색과 같다. 나도 정착 초기에는 이 희끄무레하고 누르스름한 빛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적응하고 나니 이제 정작 백색 전구는 너무 눈이 부실 지경이다.
Lampholder를 사면 그에 맞는 전구의 규격이나 와트가 설명되어 있으므로 알맞은 전구를 사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작업이 남아있었다. 도대체 천장에 달린 저 전선들에 어떻게 전등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인가? 왜 천장에는 저렇게 많은 전선들이 삐죽 튀어나와 있을까. 처음 전등을 설치해보는 것이었는데,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봐도 서로 말이 다 달랐기 때문에 아빠 찬스를 썼다. 아부지가 알려준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1. 두꺼비집을 내릴 것
2. 연결선 외 나머지 선들은 테이프로 감아둘 것
2. 같은 색의 전선끼리 연결할 것
다른 플랫메이트들은 다들 각자의 아버지께서 직접 전등 설치를 하셨다는데, 나는 당장 독일로 아부지를 데려올 수도 없으니 혼자 해야 했다. 뭐 어때 어떻게든 혼자 할 수 있으면 하는 거다.
아무튼 연결선은 이렇게 산 전등 끄트머리에 이렇게 달려 있었다. 그 중 천장에 달려있는 전선과 접촉할 수 있도록 연결선의 윗부분 나사를 조금 풀었다. 물론 전선을 집어넣고 나면 빠지지 않게 다시 나사를 꽉 조여줘야 한다.
일단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현관 옆에 있는 두꺼비집을 내렸다. Bad, Küche, Wohnzimmer 외에는 따로 적혀있는 게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그냥 집 전체 전기를 차단하기로 했다.
물론 두꺼비집을 내리기 전에 플랫메이트들에게 먼저 왓츠앱으로 양해를 구했다. 한 명은 본가에 내려갔고, 옆방에 사는 한 명은 6시까지 광란의 파티를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일어날 기미가 안보였다. (새벽 6시에 어떤 목소리가 크게 들려 깼는데, 네명이서 문을 열고 떠들고 있었다. 시험 기간 끝나서 신난 건 이해하는데 문은 닫고 얘기해 줄래?) 아무튼 그래서 그냥 집 전체 전기를 내려버렸다. 역시나 옆방 친구들은 1시가 넘어서야 부산히 움직이더니 해산했다.
책상을 딛고 올라가 파란색과 갈색 선 각각을 같은 색의 전선에 연결시키고 임시로 다시 전기를 올려 불을 켜봤는데, 전구에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키가 작은 탓에 천장에 대고 드라이버를 돌릴 때도 까치발을 들어야 해서 힘들었는데 성과가 없으니 힘이 빠졌다. 그때 친구가 파란색 연결선에 천장의 검은색 선을 연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다른 선을 연결하면 전기가 들어올 때 뭔가가 터지는 건 아닐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약간 겁이 나서, 아빠에게 (터지지 않는다는) 컨펌을 받고 작업에 착수했다.
천장에 있는 선은 너무 명백하게 밝은 하늘색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파란색과 연결될 거라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게도 그걸 풀고 다시 검은선과 연결하니 불이 들어왔다! 간혹 Altbau(연식이 오래된 집)는 맞는 선의 색이 각각 다를 때도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전등은 설치하려면 천장을 뚫고 못질을 해야한다. 그러려면 전동 드릴이 필요하기도 하고 나중에 집을 나갈 때 천장을 메꿔 원상복구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천장에 전등을 고정시킬 고리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용하기로 했는데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다.
정말 의아한 점 중에 하나는, 왜 독일 전등 대부분의 선 길이가 왜 이렇게 긴 것인지이다. 명시되어 있는 선 길이만 1.4m이다. 그러니 정상적으로 설치하면 방을 가로질러 갈 때 전등과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냥 있는 선 길이 그대로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려보니 너무 길었다. 거의 내 가슴팍까지 오는 길이였다. 선을 짧게 끌어올려 빵끈 같은 것으로 묶었는데, 그러다보니 선 뭉텅이가 생겨 저 받침 구조 안에 들어갈 공간이 있을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비록 마감이 깨끗하진 않지만 천장을 볼 일도 별로 없고, 그렇게까지 인테리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라 그냥 두기로 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저 좋을 뿐.
전등 설치, (키 큰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아요^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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